소피 데르보, 바순 불면서 지휘…"새로운 음악 경험 선사할 것"

입력 2023-07-05 18:36   수정 2023-07-06 01:07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로열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RCO)와 함께 ‘세계 3대 오케스트라’로 꼽히는 최고 악단이다. 이런 악단에서 각 악기군의 리더를 뜻하는 ‘수석연주자’ 자리에 앉는 건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다.

빈 필은 기교, 음색, 리듬감, 앙상블 역량 등 연주력을 가늠할 수 있는 모든 측면에서 깐깐한 심사를 거쳐 최적의 연주자를 선발한다. 그래서 빈 필의 수석연주자에겐 ‘빈 필의 수석’이란 것 외에 다른 수식어가 필요하지 않다. 하지만 빈 필의 수석 바수니스트인 소피 데르보(32)에겐 수식어가 하나 더 붙는다. 베를린 필의 수석 콘트라 바수니스트(2013~2015)를 거친 덕분에 그의 이름 앞에는 ‘세계 양대 오케스트라가 모두 선택한 바수니스트’란 설명이 함께한다.

‘바순의 여왕’ 데르보가 한국을 찾는다. 바순도 불고 지휘도 한다. 오는 26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한경아르떼 더클래식 2023’ 여섯 번째 공연에서 한경아르떼필하모닉의 지휘자로 포디엄에 선다. 그는 모차르트 오페라 ‘코지 판 투테’ 서곡, 모차르트 바순 협주곡, 베토벤 교향곡 4번 등을 선보인다.

공연을 앞두고 한국경제신문과 서면으로 만난 데르보는 “악기를 연주하는 것이 나의 음악적 흥미를 충족시키는 일이라면, 지휘는 작곡가가 남긴 음악 세계를 깊이 탐구해 작품을 완전하게 이해하는 일”이라며 “작곡가의 의도에 나만의 색채를 덧입혀 한국 청중에게 새로운 음악적 경험을 선사하겠다”고 했다.

데르보는 이번 공연 중 모차르트 바순 협주곡 차례에서 바순을 불면서 지휘도 하는 ‘1인 2역’을 맡는다. 그는 “악기만 연주하는 것과 악단을 지휘하면서 연주도 하는 건 완전히 다른 영역”이라며 “소리만으로 오케스트라를 이끌 줄 알아야 한다. 리듬부터 악상 표현, 선율 진행까지 훨씬 더 명확하게 연주하면서 악단이 소리에 정교하게 반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휘를 맡을 베토벤 교향곡 4번에 대해선 “베토벤 정신이 살아있는 연주를 보여주겠다”고 했다. 무거운 음향이 특징인 다른 베토벤 작품과 달리 이 곡에는 우아한 서정성과 유머러스한 매력이 녹아 있다. 데르보는 “베토벤 교향곡 4번은 3번, 5번만큼 장엄하거나 웅장하진 않지만 충분히 평화롭다”며 “그렇기에 작품의 캐릭터를 명확히 살리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데르보가 지휘자로 데뷔한 건 2019년(아르메니아 국립 체임버 오케스트라 지휘)이지만, 지휘자를 꿈꾼 건 그보다 훨씬 전이라고 했다. “바순을 파고들수록 음악을 더 깊게 탐구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더군요. 특정 악기에 국한되지 않고 음악의 모든 영역을 경험하고 싶었어요. 답은 지휘였죠. 지휘 공부를 하면서 ‘나에게 잘 맞는구나. 정말 아름다운 일이구나’란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는 베를린 필과 빈 필에서의 경험이 솔리스트, 지휘자로서의 역량을 키우는 발판이 됐다고 했다. “20대 초반부터 최고의 악단에 몸담으면서 세계적인 솔리스트, 전설적인 지휘자들과 끊임없이 호흡할 수 있었어요. 그들의 비범한 작품 해석, 음악 전개 과정 등을 가까이서 보고 배울 수 있었죠. 그 모든 시간이 제 음악적 역량을 끌어올렸다고 생각해요. 어떤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귀한 경험들이죠.”

바수니스트와 지휘자. 두 개의 역할을 겸하는 것이 힘들지 않냐는 물음에 그는 “전혀 아니다”고 답했다. “지휘자 경험은 연주자로서의 성장을, 연주자 경험은 지휘자로서의 성장을 이끕니다. 지휘를 시작하면서 바순 연주법을 발전시킬 수 있었고, 바수니스트로 쌓은 경험은 지휘자로서 오케스트라를 더 깊이 이해하는 토대가 됐죠. 서로 보완이 됩니다.”

데르보에게 음악가로서의 궁극적 목표가 뭔지 물었더니, 이런 얘기를 들려줬다. “제 목표는 매일 더 나은 음악가가 되는 겁니다. 그러니 쉬운 삶보단 도전하는 삶을 택할 수밖에 없죠. 이 길엔 끝이 없어요. 발전하기를 원하면 개선해야 하는 것들은 계속 생기죠.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고 싶어요. 그러다 보면 분명 좋은 음악가가 돼 있지 않을까요.”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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